한명수 작가님의 『말랑말랑 생각법』을 읽고 작가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먼저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작가님과 만남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 보겠다.
목차
『말랑말랑 생각법』을 읽고
1. 일의 의미
2. 나를 드러내는 모험
한명수 작가님을 만나고
『말랑말랑 생각법』을 읽고
제목처럼 말랑말랑한 책이었다. 작가님의 말투도 말랑말랑했고, 글의 전반적인 톤과 메시지도 말랑말랑했다. 하지만 때때로 날카롭기까지 한 인사이트도 곳곳에 숨어 있었다.
일의 의미
내 기억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일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하는 거야. 취미와는 달라”이다. 말은 매우 부드럽고 가벼운데, 강펀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학부 때 예술전공을 하고 10년 이상 아티스트로서 내 정체성과 밥벌이를 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 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왔다. 주로 연극 분야에서 작업을 해오면서 재미있고, 보람차고, 사회에도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지만 연극 일만 해서는 굶어 죽기 딱 좋았다. 그래서 언제나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했고, 잠을 줄이고 건강도 조금씩 잃어가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게 어느덧 10여년 가까이 되자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라는 것이 왔고, 조금쯤은 지긋지긋해진 가난에 지쳤을 때, 어떤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할 기회가 생겨 서른이 넘어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바쁜 회사 생활에 적응하며 돈도 모으고, 연극을 할 때는 꿈도 못 꾸어봤던, 대출도 내서 전셋집도 살아보고, 부모님 생일선물, 어버이날 모두 빵빵하게 챙길 수 있게 됐다. 부모님은 나의 그 시기를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나는 내 속에 무언가 점점 죽어가는 느낌과 함께 화도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따로 있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종종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해야 하는 것이 정말 괴로웠던 것 같다. 소위 말하는 ‘덕업일치’가 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못 가졌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기 위한 꿈을 버리지 않고, 그 꿈을 위해 커리어 피봇팅(이라고 거창하게 불러보고)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한명수 작가님의 말처럼 일은 나보다는 남을 위하면서 해야 한다는 말에는 점점 동의하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해도 이 극을 보러 시간과 재화를 들여서 와주는 관객들을 위해, 공연이 제작될 수 있게 힘을 합치는 모두를 위한 마음이 내 개인적인 즐거움보다는 선행돼야 한다는 소명감이 강해졌다. 내가 연극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나의 일로 혜택을 받을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지만, 30대 끝자락에서 지금까지의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돌아보니, 결국 나누고 봉사하는 사람이 인정받게 되고 많은 사람이 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삶에 1순위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재화의 축적을 이루는 것이 용이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작가님은 “만드는 사람이 수고로우면 쓰는 사람이 편하고, 만드는 사람이 편하면 쓰는 사람이 수고롭다”라고도 말씀하셨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을 때만 봐도 한 땀 한 땀 스크린 캡처까지 공들여서 잘 구성한 포스팅이, 글쓴이 편한 대로 글만 쭉 쓰면서 중간중간 내용을 건너뛰는 포스팅보다 훨씬 보기가 편하고 유용하다.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남을 위한 일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를 드러내는 모험
일은 남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말 다음으로 기억에 남은 말은 “약점은 감출수록 더 잘 보인다”는 말이었다. 너무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약점을 감추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 약점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오히려 거칠거나 센 척을 하는 경우, 자신의 결핍을 피상적 물질로 채우려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약점이 잘 보이는 것 같다.
나도 남들 앞에서 우스워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완벽주의 속에 숨어 있다든지, 상처받기 싫은 마음을 때때로 독설로 방어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인지한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모험이다. 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 모험을 조금 하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는 어려워도 조금씩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나의 한계를 넘는 행동을 생각해야겠다.
한명수 작가님을 만나고
글에서의 말투와 현실에서 사용하는 말투가 어쩜 그리 비슷하신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작가님은 본인의 답을 길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질문을 많이 하셨다. 독자가 질문을 하면 여러 번 되물어 보고는 하셨다. 어떨 때는 대답을 생각하실 시간을 버시는 건 아닐까 – 그게 어느 정도 사실일 수도 있고 – 했지만 결국에는 그로 인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럽고 수평적으로 된 것 같다. 덕분에 독자들도 긴장이 풀리고 질문이 더 풍부해지고, 각자의 의견도 더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명수 작가님은 대화를 하실 때 굉장히 리액션이 좋으셨다. “아~” “그러시구나~” 같은 나는 듣고 있다는 표시 또는 상대를 이해한다는 표시의 추임새를 종종 넣으셨다. 가끔 인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남을 기분 좋게 하는 기능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한다.
첫 등장을 하실 때나, 사진 하나를 찍을 때도 범상치 않은 포즈를 자랑하시는 모습이 역시 Creative 업계에서 인정받으시는 분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명수님은 지금 다니고 계시는 배달의 민족과 CEO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은 CEO감이 아니라는 메타인지도 인상적이었고, 회사에 자신의 포지션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약 1시간 30분이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작가님을 지켜본 결과, 한없이 가볍거나 유쾌해 보일 수도 있는 외적인 분위기 속은 삶과 일을 대하는 진솔함이 꽉 차 계신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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